평일 오후의 여유

Places 2012. 10. 17. 16:52

좀 늦게 알아버린 핀 율 가구 전시회. 인기가 많아 주말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린다는 기사를 보고, 조금 고민하다가 금쪽같은 평일 오후 반차를 내고 다녀왔다. 갱이랑 함께 가고 싶었으나, 이러저러그러한 상황으로 인해 (이게 다 그 초딩때문이야) 함께하지 못하여 많이 아쉬웠다.

점심을 어디서 먹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갤러리겸 앤틱 소품 가게인 F9을 찾아갔다. 미나리 간장 파스타가 유명하다는 것을 너무 뒤늦게 알아서ㅜㅜ 그냥 추천받은 해산물 파스타 먹은게 많이 아쉬웠다. ㅠㅠ 점심이 지난 시간이라 (카페 알바 언니(?)가 마시려고 내린)원두커피도 한잔 얻어 마시고, 느긋한 걸음으로 대림미술관으로 걸어가는데 가을 정취가 묻어나기 시작하는 경복궁의 돌담길이 너무 고왔다.

중간 중간 작은 갤러리에서 전시회도 하던데 '이동식 도예전'이 눈에 확 들어왔다.
얼마 전에 달항아리를 그리는 최영욱 작가의 기사를 봐서 그런가. 핀 율 전 보고와서 들러야지 싶었다.

[핀 율 북유럽 가구 전시회 @대림미술관]

북유럽 지역에서는 매서운 추위로 인해 집안에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자연스레 집안을 꾸미는 문화가 발전했다고 한다.
(하루 8시간 있는 사무실 내 자리에도 이것 저것 가져다 두고 꾸미는데ㅋㅋ 겨울내내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당연한 것이겠지.)

대림미술관 회원 가입을 하고 할인 가격에 티켓을 구입한 후 관람을 시작. 평일 낮인데도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사실 '가구' 전시회라기 보다는 '의자' 전시회에 더 가까웠달까. 여러가지 소재를 활용한 다양한 디자인의 의자를 보고 있노라니,
새삼 우리가 얼마나 획일화된 환경 속에 살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엉덩이 모양으로 부드럽게 깎인 세발 나무 의자와 나무 그루터기와 낙엽 디피가 너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마음에 쏙 들었다.
단풍이 예쁘게든 가을날 야외로 놀러가 앉아 모닥불 피워놓고 고구마 구워서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모습이 저절로 상상되었다.

포근한 러그와 쿠션, 폭신한 털매트. 따뜻한 벽난로와 뜨거운 핫 티 - 바깥의 매서운 눈보라를 운치있는 겨울날의 풍경으로 바꿔주었을 온기 가득한 아이들.

핀 율과 동시대의 디자이너들의 여러가지 의자들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확실히 핀 율의 의자는 다른 의자들에 비해 좀 더 곡선미가 있었달까? (토끼귀 같은 독특한 디자인의 의자는 특히 더! ㅋㅋ) 핀 율의 집 모형과 함께 집안 내부 촬영 비디오도 틀어줬는데, 햇살이 잘 들어오는 집이 참 탐이났다. (나도 나중에 햇살이 잘 들어오고 주변에 초록이들이 있는 곳에 집 짓고 싶어!)

맨 윗층에는 나무 의자에 직접 앉아 볼 수 있게 해두었는데, 전시 기간동안 3번정도 종류를 바꾸었다고 한다. (진즉 알았으면 와서 소파에 앉아보는건데) 나무 의자인데도 참 편하더라. 구엘 공원에서 앉아봤던 인체공학 돌 의자와는 또 다른 편한함. (허리를 받쳐주는 돌 의자가 더 편하긴 하지만ㅋ)

 

잠시 햇살이 비치는 복도에 앉아 있다가, 오면서 보았던 도예전을 보러 다시 발길을 돌렸다.

[이동식 도예전 @SPACE통]

고려청자의 화려함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백자.

도예전이라는 것만 보고 들어왔는데, 관람객도 없고, 안내하는 사람도 슬쩍 나와 인사하고는 다시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아무도 없는. 아담한 공간. 그리고 달 항아리. 백자전인 줄 알고 들어왔는데, 달항아리를 보게 될 줄이야.
둥글고 볼록한 부드러운 곡선과 뽀오얀 우유빛.
이 백자에는 달항아리 말고는 다른 이름을 붙일 수가 없었겠구나.

핀 율 전보다 오히려 더 마음에 들었던 작은 전시회.

멀리까지 왔는데 그냥 가기가 아쉬워 정말 오랜만에 일층cafe에 들렀다.
맛있었던 모카빙수는... 지금도 맛있지만... 7/8월 금식 이후 바뀐 내 입맛에는 정말이지 너무너무너무 달아서 반은 커녕 반에반도 다 못먹겠더라.
그냥 아메리카노에 티라미슈로 할껄. 오늘은 메뉴 선정에 조금씩 아쉬움이 있는 날인가 보다. (笑)

너무 세련되고 매끈하지 않고, 자연스럽고 편안한 느낌이 더 좋은 일층Cafe.

 

가을이 오긴 왔나보다. 하늘이 더 파랗고 높아진 것을 보니.

첼로 수업까지 30분 정도가 남아, 국립고궁박물관에도 살짝 들렀다. 궁중 복색을 전시해놓았는데, 복색 같은 경우는 복원해서 다시 만들어 전시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광해의 중전마마님 한복 정말 너무 예뻐서 자꾸 비교되는;;;ㅋㅋ)
왕의 상진 어보 특별 전시회도 하고 있었는데, 한자를 잘 모르는 내 눈에는 다들 비슷비슷해보였다. ㅠㅠ
한자 공부도 한다한다 해놓고 몇달째 손도 안대고 있는데, 겨울이 시작되기 전에 얼른 시작해야지.

가을. 평일낮의 자유. 나를 위한 작은 선물.

 

 

'Plac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특별한 봄 나들이 @서울  (0) 2013.05.16
불새마을 나들이 (12.10.6~7)  (4) 2012.10.17
어느 가을의 추억  (0) 2012.09.13
팥빙수  (2) 2012.08.10
서도호 집 속의 집 @리움 2012.05.26  (0) 2012.06.20
Posted by EVERBLOSS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