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이라는 단어에서는 견고함이 느껴진다. (적어도 내 느낌에는)
곧은 나무. 단단한 돌. 딱딱한 시멘트 등 건축물을 구성하는 재료들은 견고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건축물을 저리 하늘하늘한 천으로 표현 하다니...! (정말이지 신선한 충격이었다.)

 입구에 설치 된 작품 '투영'

얇디 얇은 천으로 기와 하나하나, 벽돌 하나하나를 표현하고 구현해낸 것에 정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햇빛이 퍼지자 푸른 물빛의 문이 더 환하게 빛나는데... 마치 물 속에서 물에 비친 문(실제로 서있는 문과 물에 비친 상)을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작가가 살던 성북동 한옥집

창살 무늬, 서까래, 경첩까지 어쩜 저리 세밀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해 내었는지.
그런데 이렇게 사실적으로 표현해 놓은 한옥이 몽환적으로 느껴지다니.

옥빛 천에 수 놓아진 한 폭의 동양화.
하늘하늘 하늘에 띄운, 몽환적이기까지 한 옥빛 한옥.

하늘나라 선녀들이 살고 있을 법한.   그런 곳.

 

 뉴욕 집 

왠지 계단 위로 올라가 노크를 해야 할 것 같은 강렬한 존재감.
위 아래로 여닫는 창문은 왠지 열릴 것 같았다.

 베를린 집: 3개의 복도

욕실의 세면대, 수도꼭지, 욕조, 부엌의 싱크대, 파이프, 전등스위치, 콘센트 등
집안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그 섬세함에 작가의 완벽주의에 가까운 집착(?)마저 느껴졌다.
장인의 한땀한땀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겠지.

 

 별똥별

한옥이 미국집 사이에 떨어져 부딪힌 형태.
미국이라는 낯선 곳에서 겪은 문화적 충격과 그 힘든 시기를 표현한 작품이라고 한다.
붉은 낙하산 줄은, 한옥이 추락하여 마치 피를 흘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한국에 있는 아늑하고 편안한 집을 낙하산에 달아 하늘에 두둥실 띄워 미국에 가지고 오고 싶은.. 그런 마음이었나 보다.

매우 디테일한 부분까지 세밀하고 섬세하게 만들어 배치하였는데, 정말이지 집을 그대로 축소해놓은 듯 하다.

 

 

 방귀 그린 것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들여다 보니 실로 만든 작품이었다. 작가의 위트가 넘치는 작품

 집을 연이어 그린 스케치 / 뉴욕아파트 전등

 

집 속의 집 : 낙하산에 매달려 있다가 추락한 한옥이 아니라, 미국집 안에 온전히 자리 잡은 한옥.
낯선 곳에 적응해가면서, 안정되어가는 작가의 심리적 상태를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낙하산에 매달려 날아 오는 집.
두 다리로 달려오는 집.
그 귀여운 상상력에 언뜻 보면 아이가 그린 그림처럼 보이기도 한다.
정체성의 혼란, 문화적 이질감, 그리움 등을 이렇게 담아내다니.. 좀 짠하기도 했달까.

 

A PERFECT HOME

정확히 뉴욕과 서울 중간에 위치한 완벽한 집.
바다 위에 흔들림 없이 집을 세우기 위한 기발한 장치들(뭔가 물고기처럼 보이기도 했다)도 고안하셨던데...
건축가이자 예술가이자 과학자(?)이기까지한 서도호라는 작가.

(뉴욕과 서울 말고, 런던/파리와 서울 사이는 어떠세요 ㅋㅋㅋ)

 

배병우 소나무 사진전 이후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전시회였다.
좋은 전시회 추천해주고, 함께 해주어 고마워, 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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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VER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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