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일어나 보문 단지 산책을 하면 참 좋았겠지만, 연이은 강행군(?) 일정에 녹초가 되어버린 우리는 9시가 되서야 눈을 떴다.

(서울 나들이 첫날 워킹화를 신었어야 했어… orz 종아리가 걸을 때마다 아프긴 정말 설악산 등반 이후 처음이었던 듯)

느긋하게 준비를 하고 식당에 내려가 가장 마지막으로 아침을 먹는데, 팬 케이크는 딱딱해졌고, 인삼마쥬스는 다 떨어지고 없었다. T_T  음식 종류는 대체적으로 다양했고, 우유와 두유를 모두 준비한 것도 마음에 들었다. 오랜만에 먹은 플레인 요거트는 어찌나 맛있던지. 가끔은 먹어줘도 된다며 맛있게 냠냠.


11시가 넘어 호텔을 나오니 이미 해는 중천에 떠서 여름의 햇살을 뿌리고 있었다. 남쪽의 햇살은 확실히 더 강하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며, 대릉원으로 출발!

원래 오후에는 경주 박물관을 둘러보려 했는데, 전화를 해보니 월요일이라 쉬는 날이란다. 오마이갓. 휴일 체크를 안 했네. 잠시 고민을 하다가, 일단 대릉원을 둘러보면서 생각해보기로 했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면서 관리요원 아저씨에게 대릉원과 첨성대의 위치를 확인해보니, 두 곳이 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었다. (정말 다행이야!)




소나무가 우거진 대릉원을 먼저 둘러보면서 이 넓은 평지에 수 십여 개의 능 들이 모여 있다는 것, 천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흙 고분이 무너지지 않고 그 형태가 유지되어 남아 있다는 점이 참 신기했다. 천마총의 부장품들은 모형만 남아 있어 조금 아쉬웠지만, 그 옛날에 어떻게 금으로 저런 화려한 왕관을 만들고, 그 단단한 옥을 세공했을까 신기했다. (하긴 신라인들은 산 꼭대기에 석굴암도 만들고, 에밀레 종도 만들고, 석가탑도 만든 사람들이니까.) 이집트의 피라미드도 그렇고, 고대인들은 분명 초능력을 사용했을 것 같다. 뇌를 활용하는 능력이 현대인들 보다 분명 뛰어났을 거야. 분명.



미추왕릉을 왕릉인지 모르고 지나쳐서, 다시 길을 돌아갔다. 문이 굳게 닫혀있어 왕릉인지 모르고 지나쳤지 뭔가! 문틈 사이로 보니 제단이 슬핏 보였는데, 저렇게 걸어 잠궈두지만 말고, 일년에 한두번 정도는 제단에 제사를 올리는 행사를 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참고: 무덤에는 능(또는 릉), 원, 묘 등이 있다. 이 능•원•묘는 왕족과 다른 신분을 구분하기 위해 만든 무덤 명칭이다. 능과 원은 왕족의 무덤인데 그 중에서도 왕과 왕위를 계승할 세자, 즉 왕과 왕비, 세자와 세자비, 그 직계 손의 무덤이고 그 외 왕족 혈통과 일반인의 무덤을 묘라 하였다.
장군총•무용총과 능산리고분•안악1호분처럼 '총'과 '분' 형태의 무덤도 있다. 총은 주인은 누구인지 알 지 못하지만 벽화 등 특징적인 것이 무덤에 있을 경우에 붙인 무덤이고, 분은 주인공도 모르고  특징점도 없을 때 붙이는 무덤이다. 그러나 굳이 크게 구별해 사용하지는 않는다.

 

월성, 황룡사, 분황사도 대릉원처럼 일부라도 남아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주춧돌만 남의 그 터들을 보면서 뭔가 아련함이 느껴졌다. 

(햇빛 때문에 눈이 부시다 못해 어지러울 정도여서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흔적만 남은 그 곳엔 유채꽃밭이 우리를 맞이해줬지만, 노란 꽃은 이미 다 지고 푸른 잎만 남아있었다. 



계림을 살짝 보고 석빙고로 걸어가다가, 거리가 1km가 넘어서 깨끗이 포기. 시간은 1시를 향해 가고 있었고, 김유신묘를 포함한 시내 구경을 더 하느냐, 아니면 렌터카 아저씨가 추천해준 주상절리를 보러 가느냐 잠시 고민을 하다가, 바다를 자주 보지 못하는 앨리슨의 의견에 따라 바다 구경을 가기로 했다.

 



경주에서 바다로 가려면 토함산을 구비구비 넘어가야 한다. 산길이라 운전이 쉽지 않았을텐데… 유경이에게 다시 한번 고마운 마음 담뿍!! >_< 

USB 연결이 되면 음악도 들으면서 갔을텐데, 오래된 모델이라 AUX 단자 연결만 되어 그냥 핸드폰 음량을 키울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을 모두 날려버릴 정도로 신록이 우거진 토함산의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아직도 눈에 선한 그 풍경들! 내 마음 속의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빛바래지 않기를 바래본다.


가도가도 바다는 보일 기미가 없어. 땅만 보여. 이 네비 맞게 안내하는거 맞아? 하는 순간, 정말 마법처럼 갑자기 우리 앞에 바다가 보였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이글이글 태양에 달아오른 피부에 불어오는 찬 공기가 어찌나 상쾌하던지! (참고로 나는 바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 눅눅한 소금기 가득한 바람과 그늘 하나 없이 따가운 햇빛을 받아야 하는 것이 너무 괴롭달까. 상쾌한 바람과 푸르른 나무가 있는 산이 훨씬 더 좋다. 뭐 그렇다고 내가 산을 잘 탄다거나 자주 간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소금기는 어쩔 수 없었지만, 바람의 서늘함이 정말 기분이 좋았다. 





문무대왕릉에 대한 설명을 앨리슨에게 해주는데, 한 무리의 아이들이 몰려와 모래 사장에 앉아 귀를 쫑긋 세우고 선생님의 설명을 듣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앨리슨은 “한국 아이들은 때 쓰며 울지도 않고, 선생님 말씀도 잘 듣고, 정말 데리고 가고 싶을 정도로 착하고 예뻐!”라며 감탄을 한다. 자기 조카는 정말 진상중에 상 진상이라며, 울고 떼쓰고 지저분하고 정말 조카지만 영 아니란다. 생각해보니, 한국 구경 4일동안 우는 아기는 딱 한명 밖에 보지 못했고, 그나마도 금방 울음을 그쳤더랬다. 음… 한국에도 진상 어린이들 있어요. 단지 니가 운이 좋아 그들을 마주치지 않았을 뿐.




문무대왕릉에서 사진도 찍고 바닷가도 걷다가 주상절리로 이동했다. 근처에 원전이 있어서 바닷가 길을 직진해서 가지 못하고, 내륙쪽으로 둘러서 가야했다. 주상 절리 주차장에 도착하니 정말 휑그렁덩. 과연 이런 곳에 주상절리가 있을까. 이름만 유명한 것 아닐까, 의심모드 발동하여 방파제 사잇길로 걸어가니… 이곳은 별천지. 




하늘과 
바다와 
기기묘묘한 주상절리와 
해풍을 견디는 나무들이 어우러진 풍경 속을 걸으며, 파도와 바람소리를 들었다. 
소중한 친구와 시간을 공유했다. 
서울에서의 걱정들이 바람에 날려가고 파도에 쓸려갔다. 



나의 Moonrise Kingdom.



우연히 오게 되었지만, 아마 우리를 여기에 데리고 오기 위해 어제부터 우연들이 겹쳤던 것이 아닐까.

 










아쉬움을 뒤로 하고4:58 기차를 타기 위해 주상절리 산책로를 반쯤만 걷다가 돌아왔다. 

다음 번에 오게 되면 그 끝까지 걷고, 매운탕에 회를 먹어야지 다짐하면서. (笑)


돌아오는 길의 토함산 풍경도 마음에 고이고이 담아두었다. 

저수지의 반짝이던 풍경도. 산 밑에 옹기종기 모여있던 집들도. 

내 머리 속의 지우개가 지우지 않고 남겨두기를. (笑)



시내를 지나 렌터카 회사로 가는데 강민정 부동산 민정 전통차집이 보였다. 

아마, 부동산 주인이 하는 찻집인 것 같은데, 정말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달까. (笑) 

우리는 찻집이랑 뭘 같이 할지 좀 고민 좀 해보자 ㅋㅋㅋ


여유있게 신경주역에 도착하여 소금기와 햇빛에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식힐 겸 세수를 하니 한결 개운했다.

목에는 썬크림이 제대로 발리지 않았는지, 티셔츠 경계부분이 빨갛게 익어 있었다. 햇빛의 위력이란.



셋 다 지쳐서 서울 올라오는 내내 잔 것 같다. (나만 잤나?)

마지막 만찬은… 빌라 드 스파이시에서 떡볶이!! 한정식도 먹어봤으니, 한국의 대표 간식인 떡볶이를 먹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즉석 떡볶이는 많이 매울 것 같아서 궁중 떡볶이와 일반 떡볶이, 그리고 주먹밥을 주문하였다. 많이 맵지 않고 맛있다며 잘 먹어서 다행이었다. (나중에 가서 즉석 떡복이도 먹어봐야지 ㅋㅋ) 
소중한 휴가를 내서 한국 구경 시켜주어 너무 고마웠고, 10년 안에 다시 한번 꼭 보자는 인사를 하며 우리의 4일 간의 만남을 마무리 했다.

(결혼하게 되면 꼭 연락 달랬는데 ㅋㅋㅋㅋㅋ)

멀리 캐나다에서 일부러 한국에 들러준 앨리슨에게 그리고 흔쾌히 여행에 동행해준 나의 소중한 친구 유경이에게 정말 고마웠다. 


즐거웠던. 소중했던. 잊을 수 없을. 특별한 봄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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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VER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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