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일찍 일어나 택시를 타고 서울역으로 향했다. 기차시간이 몇 시냐고 물으시던 택시아저씨. 갑자기 막 밟아 달리기 시작하시더니 15분만에 서울역에 내려주셨다! ㅋㅋㅋ 덕분에 여유있게 환전도 하고 샌드위치도 하나 사서 KTX 를 탈 수 있었다.  (참고: 문 앞 쪽에 앉으면  열차내 판매원들과 검표원(?),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느라 계속 자동문이 열렸다 닫혔다 해서 상당히 시끄럽다. 되도록 가운데 쪽으로 자리를 잡는게 나을 듯.)  두시간 반 정도 달려 도착한 신경주역. 새로 지어진 역사답게 깨끗&번쩍했다. KT금호렌트카에서 픽업 나온 직원을 만나 렌터카 사무실로 가서 예약한 SM3를 타고 양동마을로 이동! (생일자 50% 할인을 받아 정말 저렴하게 차를 빌릴 수 있었다! 생일이 아니어도 KTX를 이용하면 40% 할인 적용 해준다니, 다음에 경주오면 이용해 봐야겠다.)

 


한 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양동마을은 고즈넉하니 조용했다.

매표소에서 입장권(4,000원)을 사서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양동bucks] 가 손님들을 맞이한다. (간판에 빵터진 우리 ㅋㅋㅋ) 한국 전통 음료를 맛보여 줘야겠다 싶어 식혜와 수정과 중에 뭘 사나 고민을 하다 무난한 식혜로 낙찰! 양동 Bucks 주인 아줌마가 직접 만들었다고 하시더니만, 정말 전통 식혜 맛이었다. 시원하게 한잔씩 마시면서 동네를 사부작 사부작 걸으며 둘러보기 시작했다.  

 

 

 


고풍스러운 무첨당.
꽃가루를 온 몸에 묻혀가며 바쁘게 꿀을 따는 꿀벌(?)
수맥을 설명하는 아저씨
곱게 핀 불두화
담장 위에 핀 이름 모를 노란 봄꽃.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라 들어갈 수 없는 가옥들이 많았던 점이 좀 아쉬웠지만,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 아래 신록이 우거진 고택이 늘어선 풍경을 보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정말 좋았다. 집 사이 사이를 걸어 다니는데, 마치 옛 그림 속에 들어가 걷는 기분마저 들었달까. (笑) 
아참, 고택 민박도 있었는데, 다음에 경주에 오면 양동마을에서 민박을 해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다.

 


 

두 시간 남짓 마을을 둘러보고 나가는데, 한 무리의 외국인들이 우르르 마을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사람들이 북적이기 전에 마을을 둘러봐서 정말 다행이었다.

 

 


점심을 먹으러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떡갈비를 먹고 싶다는 앨리슨의 의견에 따라 렌터카 아저씨의 추천을 받은 고색창연으로 행선지를 잡았다.

근데… 도착하고 보니 번호표를 받아 입장 할 정도로 사람이 엄청 많았다. 가격은 8천~만원 선으로 착했했지만, 맛은 평범. 왜 이 집이 이렇게 유명한지 의문이 들 정도. 음식점의 위치가 불국사 근처여서, 시내를 둘러보려던 계획을 바꿔 불국사와 석굴암을 둘러 보기로 했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후 걸어 올라가는데, 뭔가 한참을 걸어서 올라가야하나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우리는 차를 렌트했고, 이미 지쳐있는 상태였던지라 많이 걷고 싶지 않았달까 ㅋㅋ) 길을 내려가는 할머님께 "불국사 멀어요?"라고 여쭤보자 "금방이야~ 조금만 가면 되~" 라신다. 하지만 아줌마아저씨할머니할아버지의 "조금만"은 대부분 "한참"을 의미하는지라, 정말로 '조금만' 올라가면 되는 것인지 즈언~혀 감이 오지 않았다. 결국, 초등학생 가족에게 다시 한번 물어보고 나서 다시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笑) 불국사를 올라가는 길에 등나무 꽃이 만발해 있었다. 등나무 꽃의 보라빛 고운 자태와 달콤한 꽃향기는 정말 매력적이다. 그러고 보니 이 동네는 수수꽃다리보다 등나무가 더 눈에 잘 띄었다. 서울엔 요즘 이팝나무 꽃이 한창인데, 곧 등나무 꽃도 피겠지?

 

 

 

 

고등학교 수학여행 이후 처음 온 경주의 불국사. 아직도 석가탑을 처음 봤을 때의 그 느낌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책에서 사진으로만 보았을 때는 석가탑보다 다보탑이 훨씬 더 아름다워 보였는데, 실제로 두 탑을 보았을 때의 충격이란. 석가탑의 우아함과 뭔가 시린듯한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한동안 움직일 수가 없었더랬다. 그 석가탑은 지금 보수 공사 중이어서 해체된 모습밖에 볼 수 없었다. 복구가 안전하게 잘 진행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앨리슨은 불교 신자답게 대웅전에 스스럼없이 들어가 절을 하고 나왔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절 중 하나를 방문했으니, 독실한 불교 신자인 할머니께 자랑해야겠다는 말과 함께 ㅋㅋ 부처님 진신사리 친견도 하고, 미륵보살한테 기도도 하고, 돌탑도 쌓고. 그 어느 장소보다 관심있게 둘러보는 앨리슨을 보면서 불국사에 오길 잘했어!라며 뿌듯해하기도 하고. :)

 

 

 

사실 고백하건데... 앨리슨보다 나랑 유경이가 경주 와서 더 신났던 것 같다. ㅋㅋㅋㅋㅋ

 

 

 

 

다시 차를 몰아 토함산 꼭대기에 있는 석굴암으로 향했다.

차로 구비구비 올라가던 산길과 석굴암 주차장 입구에서 석굴암까지 걸어가던 산길을 지나며,

청량한 바람과 신록에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나는 역시 바다보다는 산이 훨씬 더 좋다.

 

 

 

정말 그 옛날에.

이 산 꼭대기에.

어떻게 이런 예술 작품을 만들어 놓았을까.

고대인들 중에는 정말 초능력자가 있었던게 아닐까? (笑)

 

 

석굴암에서 바라보는 풍경에 잠시 마음을 빼앗기다.

 

 

 

 

석굴암에서 내려와 호텔 체크인 후 잠시 방에서 휴식을 취했다. 그저께부터 너무 강행군을 하며 돌아다닌 덕분에 우리 모두 약간 지친 상태.

(내 종아리 근육들은 걸을 때마다 비명을 지르며 휴식을 종용했다.)

리뉴얼 공사가 끝난 경주 힐튼 호텔. 방에 들어서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 작가인 배병우씨의 소나무와 창덕궁 사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경주 금강송 사진이 걸린 경주 힐튼 호텔. 아마 이런 의미를 담아 이 사진을 걸어 놓은 것이 아닐까 싶었다.

 

 

모자란 객실 용품을 신청해서 받으며 간단히 씻고 저녁 시간에 맞춰 요석궁(www.yosukgung.com)으로 출발!

렌터카 아저씨는 비싸기만 하고 자기도 상견례때 딱 한번 가봤으나 별로였다고 했으나... 우린 정말 여기 안 갔으면 엄청 후회했을 것 같다.

요석궁이라는 이름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신라시대 요석공주가 거주하던 곳이었으며, 조선시대에는 만석꾼 경주 최씨 집안이 거주하던 곳으로 현재는 우리나라 전통음식점이다. 우리는 가장 저렴한 반월 정식(33,000원)을 선택했는데,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맛있고 정갈하게 만들어낸 음식들이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려진다. 그릇은 모두 놋그릇인데 젓가락이 조금만 부딪쳐도 소리가 크게 난다. 놋그릇을 쓰면서 밥상머리 예절을 배우지 않았을까?하는 유경이의 생각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먼저 전복죽(우릴 서빙하던 중국 아줌마는 쑥국이라고 했으나, 아무리 먹어봐도 이건 전복죽이었다.), 어만두, 조개탕, 등심편채, 해물파전, 해물버섯잡채, 해물냉체, 한방삼겹구이, 생선구이, 갈비찜, 각종 반찬과 최씨 집안 전통 레시피로 만들었다는 집장/멸장/육장/육포와 밥과 국, 오미자차.

집장은 짜지않고 어쩜 그리 맛있는지, 집장만 있어도 밥 한그릇 뚝딱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말 다 싸가지고 오고 싶었음 ㅠㅠ 해물냉체는 어쩜 그리 맛있어 ㅠㅠ 나 해파리냉체 안 먹는데 이건 뭐 ㅠㅠ 지금까지 내가 뭘 먹은건지 ㅠㅠ 오늘의 생선은 굴비라는데 - 크기가 너무 큰 것이 조금 의심스러웠다. 아마 옥돔이 아니었을까? - 제대로 건조 되어 꼬들꼬들하니 하나도 비리지 않고 정말 맛있었다. 다른 요리와 반찬들도 두말하면 잔소리. 정말 너무 맛있었다.

양이 너무 많아 전부 먹지 못하고 남긴게 정말.너무.진짜. 아까웠다. 경주 가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추천하고 싶은 곳!

 

 

 

맛있는 저녁을 먹고 최씨 고택을 둘러보았다.

아... 저 대청 마루에서 녹차 마시면 정말 딱 좋겠다는 생각을. (笑)

 

 

 

남녀칠세부동석. 남자들은 안채쪽엔 얼씬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심지어 결혼하고 나서도 부부가 따로 거주했다고!)

 

250년 수령의 소나무는 고택과 어우러져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으리으리한 고택의 자태에 반한 제비 한쌍도, 마당 단풍나무에 집을 지어 놓고 알을 품고 있었다. 아마 곧 새끼 제비들의 짹짹거림이 들리겠지. (笑)

 

 

만족스러운 저녁 식사에 부른 배를 두드리며 소화도 시킬 겸 야경 구경을 하러 안압지에 갔다.

밤 10시까지 개장이라더니 정말 사람들이 많았는데, 안압지를 한바퀴 돌며 멋진 야경을 보다보니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렸는지 이해가 간다.

 

안압지는 야경이 진리!!! (만약 경주를 둘러보느라) 조금 피곤하더라도 호수를 한바퀴 꼭 걸어 보기를!! :D

 

 

 

아... 근데 음악 좀 어떻게 해주지. 그냥 전통 악기 연주만 틀어주던가...

이상한 70년대 호텔에서 흘러나올 법한 그 전자 피아노 연주는 정말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보단 대금과 가야금 합주 연주가 밤의 정취와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

 


 

재란 이모(아... 정말 독특하신 분;;)의 끊임없는 연락에, 결국 안압지 앞에서 잠시 만나 인사를 드리고 경주빵을 선물로 받아 호텔로 돌아왔다.

 

이렇게 우리의 경주 나들이 첫째날이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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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VER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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