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나의 오랜 펜팔 친구 Alison 이 메세지를 보냈다.
"신랑이 중국에서 1주일 동안 MBA 수업을 들어서, 중국과 한국을 방문하기로 결정했어! 우리 드디어 만나는 거야! 5월달에 시간 되니?"
편지로만 소식을 전한지 어언 17년(18년?). 당연히 없는 시간도 만들어야지!
이 친구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면 언제나 드는 생각. 이 긴 세월 동안 한번 만나지 않고 꾸준히 연락을 해오다니, 우리 스스로 생각해도 참 신기하다. (笑)

그녀의 방문 날짜가 정해지자마자 휴가를 내고, 일정을 짜기 시작했다. 4일이라는 짧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이리저리 고민을 하다, 서울과 경주를 둘러보기로 했다.
- 서울 창덕궁 & 경복궁
- 경주 양동마을 & 경주 시내
- 경주 불국사&석굴암&국립박물관 
숙소는 압구정 La Casa로 잡았다. 공항버스(6006)번도 호텔 근처에 바로 정차해서 공항 이동에도 편리했고, 3호선이 근처라 인사동도 가기 편했다. 호텔 자체도 까사미아 소품들로 정말 예쁘게 꾸며져 있어서 앨리슨이 좋아했다. :)

 

드디어 우리가 만나는 날.
아침에 비가 와서 좀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오후에 비가 그쳤다.
오전 업무를 후딱 마무리 하고, 점심을 먹자마자 공항 리무진에 몸을 실었다. 꼭 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공항 가는 길은 왠지 설레지만, 오늘은 더욱 두근거리네.

유경이가 캡쳐해서 보내준 하늘에 떠 있는 모든 비행기들을 보며 (http://planefinder.net/) air canada 63이 사라지고 몇 분 후, Alison Cao 라고 쓰여진 종이를 들고 D 게이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 자연스럽게. 마치 여러 번 본 사람처럼. 그녀는 내앞에 쓰윽 나타나 씨익 웃었다.
"난 한국말을 하나도 못하는데 너는 영어를 잘 하는구나!"
"너랑 이야기 하려고 열심히 배웠지 ㅋㅋㅋ"

글로벌심카드를 사서 아이폰3에 끼웠으나 작동을 하지 않아, 핸드폰을 빌렸는데 하루에 1500원 밖에 안 하더라. 매우 만족스러워하며 핸드폰을 빌린 후 6006번을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Edmonton 은 지난주에 눈!이 내렸다면서, 한국은 날씨가 정말 좋다고 즐거워했다.


숙소에 체크인을 한 후, 가로수길을 가로질러 신사로 가서 지하철을 타고 인사동으로 갔다.

(그녀는 가로수길 보다는 궁을 더 좋아했다는 반전. 궁보다는 절을 더 좋아했다는 대반전. 차라리 숙소를 써머셋으로 잡았으면 더 나았으려나 싶기도 했다.)
오설록에 들러 녹차 셋트를 사고, 쌈지길을 잠시 둘러본 후 북스쿡스에 갔다.

 

 
매주 금요일은 Afternoon tea 수업을 듣는 ㄴ

사실 결석을 각오하고 있었는데, 흔쾌히 친구를 데리고 와도 좋다고 해준 홍차 클래스메이트들과 선생님께 감사를!
북스쿡스 주인이자 서울 지부 부회장(?)님의 환대 덕분에, 풍족했던 afternoon tea set 에 더불어 바질페스토파스타도 맛 볼 수 있었다. (유경이가 팀장-_-의 뻘짓-_- 때문에 늦어져서 이걸 못 먹은게 참 아쉬웠다. ㅠㅠ 딸기가 들어간 빅토리아 케이크와 레몬커드는 정말 환상적이었음 ㅠㅠ 평소엔 별로 안 예뻐 보이던 로얄알버트도 어찌나 빛이 나던지!)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수집하신 독특한 물품들.
수묵화를 그린 듯한 벽.
마당의 오픈 키친.
한옥의 독특한 풍취. 

 

 

앨리슨도 차를 좋아하는지라, 이런 멋진 곳에서 Afternoon tea 체험을 하게 되어 정말 좋았다며 기뻐해서 내 기분도 참 좋았다. :)

 

 

다음날 아침. 시차를 감안하여 10시쯤 느즈막히 만났다. (사실 나도 너무 피곤해서 거의 9시 가까이 잤다. ㅎㅎㅎ)
현대에 잠깐 들러 한국의 백화점은 이렇게 생겼다고 보여주고, 경복궁으로 이동!
경회루 특별 관람은 순식간에 마감이 되어 예약을 못하고, 창덕궁 후원 관람은 외국인 관람 시간으로 겨우 잡아서, 창덕궁-경복궁 동선을 경복궁-창덕궁 동선으로 바꾸었다.

난.. 우리나라 궁에 외국인이 이렇게 많이 오는 줄 처음 알았다. 나에겐 그냥 익숙한 공간이 외국인에게는 관광지가 된다는 것을 머리로만 알고 있다가 피부로 느꼈달까.

5대궁 통합 관람권(만냥)을 사고 경복궁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근정정 앞에서 '세종조 희례연'(http://gugak1951.blog.me/20187271730) 리허설을 하고 있었다. 아.. 창덕궁 갔다가 오후에 왔으면 정말 딱이었는데 ㅠㅠ 많이 아쉬웠다.

 


 

화려한 봄꽃인 모란, 하얀 이팝나무 꽃, 신록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교태전, 향원정, 경회루를 둘러보면서 내가 아는 조선의 역사에 대해 최대한 열심히 설명해주었다. 학교 다닐 때 역사 선생님(이윤숙 선생님 아직도 계시겠지?)이 너무 좋아 열심히 공부했었는데... 내 머리 속의 지우개가 너무 많이 지워버렸어. 흑.) 수라간은 공사 중이었는데, 내년 여름에 완성된다고 한다. 궁중 음식 시연 같은 행사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민속 박물관에서 유경이와 만나 (우리 둘 다 민속 박물관은 처음이었다는 사실!ㅋㅋ) 이밥(利밥/02-744-2325)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워낙 작은 가게라 한참을 기다려야 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정말 정갈하고 맛있어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후식으로 하나씩 들고 나온 레몬오미자소다도 상큼하니 기분 전환에 굿! (신 것 못 먹는 사람들은 좀 힘들지도 ㅋㅋㅋ)

 

 

 

신록의 봄. 녹음이 우거진 여름. 단풍이 화려한 가을. 설경이 눈부신 겨울.
창덕궁은 계절마다 다 와 봤지만, 어느 계절에 와도 아름답다. 일본인들이 베어낸 노송들이 있었으면 얼마나 더 웅장하고 아름다웠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잠시.
창덕궁 내부를 재빨리 둘러본 후 3:30 후원 관람을 위해 매표소로 이동했다. 100명 내외의 외국인들이 무리 지어 서 있는 모습에 정말 (나만?) 깜짝! 놀랐다. 앨리슨은 그 모습을 보더니 뭔가 당연하다는듯, 요즘 캐나다에는 한국 문화가 꽤 유행 중이어서, 한국에 오는 북미인들이 더 늘어날 것 같단다. 새삼 문화의 영향력에 감탄을 하게 되었달까..?

 


관람객 무리 중에는 한 살 정도 되어 보이는 귀여운 아기도 있었다. 뭔가 말을 알아 듣는 것인지, 안내자가 설명을 할 때만 옹알옹알 거리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모델 같았던 아기 엄마와, 아주 많이 훈훈했던 아기 아빠도 멋졌다! ㅋㅋ)
앨리슨은 경복궁이 워낙 인상적이었는지, 아니면 체력이 부치기 시작한 건지 안내자가 설명하는 시간이면 빈 자리를 찾아 앉기 바빴다. (笑) 차로만 다니는 생활에 익숙한지라 운동이 많이 부족하다면서, 이렇게 많이 걸어다니니 한국 애들은 다 날씬하고 예쁜 것 같단다. (笑)

 

거의 한 시간 반을 둘러보고 나와, 을지로 고상(02-6030-8955)에서 사찰 음식을 먹었다. 버섯을 튀긴 자연강정, 들깨소스의 두부요리. 정갈한 나물 반찬. 가짓수만 많고 조미료 범벅인 어설픈 한정식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된다. 둘이 맛있어!를 연발하며 접시를 싹싹 비웠다. (笑)


내일 아침 일찍 경주로 내려가야 했기 때문에, 가로수 길에서 간단히 쇼핑 후 (미샤에서 친구에게 부탁받은 화장품 셋트랑 마스크 시트만 종류별로 골라 10개만 구매했다. 나중에 생일 선물을 마스크 시트를 보내도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음.) 서울 나들이 일정을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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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VER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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