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더 추워지기 전에 가을 산행을 다녀오자는 초대는 참 반가웠으나,
[2분 클럽 멤버]인 나와 함께 산을 올라갈 그들이 참 걱정되었달까...
전투산행이 아니라는 말로 나를 안심시켜주긴 했지만, 기대반 불안반.



동생님이 시험끝나고 집에 와서 같이 데리고 갈까했으나, 늦잠을 선택하신 관계로 패스.
같이 가면 좋았을텐데. (그러고보니 설악산도 못 데리고 갔었구나.)

율마과장님이 사과도 따고 물도 떠오느라(笑) 한시간이나 늦게 오신 사이,
단체 등산객들이 줄줄이줄줄이 올라가는 바람에
조용하고 적막한 산길 대신, 시끌벅적 활기찬 산길을 올랐다.

청계산의 '계'가 계곡이란다. 맑은 계곡이 있는 산.
누구였더라... 청계산은 계곡이 없다고 했던게? 초입에 계곡 있더만;;;


유난히 추웠던 10월의 마지막 주. 가을이 잠시 외출을 한 사이에 겨울이 그 자리를 꿰차버렸다.
(아니면 겨울이 가을 밀어내버렸나?)

- 일년을 기다려 겨우 만난 가을에게 내년에 다시 보자는 작별 인사도 아직 못했는데 벌써 가버렸어요. 나보다 이쁜 사람이 많나봐.
- 엄청 많죠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곱게 내려 앉기 시작한 낙엽
햇살 가루가 내려 앉은 색색의 나뭇잎
마른 흙내음
살짝 땀이 배어난 얼굴을 스치고 가는 바람
구름 한점 없는 쪽빛 하늘...

청계산에서 가을을 다시 만나다.

고마워.
네 덕분에 설레고 행복했어.
잘 지내.
태양을 한바퀴 돌아, 내년에 다시 만나. 





자고로 산행을 하고 내려오면 맛있는 것을 먹어줘야 하는 법.

율마과장님은 옥녀봉 정상에서 각종 간식(산에서 먹는 사과는 정말 달고 맛있다♥)으로 우리의 관심을 돌리려 노력하셨으나,
나랑 강님은 이미 오리에 불타오르던 상태였던지라, 과장님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笑)
- 내가 상아를 오해한게 있어. 쌈밥정식 이런거 먹자고 할 줄 알았는데.
- 나 오리 좋아한다니깐!
과장님이 사주신(이라고 쓰고 '사게 된'이라고 읽는다 ㅋㅋ) 훈제 오리 구이는 가격도 착하고 맛도 좋았다.
[녹두전 + 훈제 오리 구이 + 버섯 전골 = 39,000원] 아주 쪼금만 더 꼬들꼬들하게 구워졌음 더 좋았을 것 같은데, 이정도면 굿!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즐거웠던 가을 나들이.
초대해줘서 고마웠어요!   


Posted by EVER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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